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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에이치백

브렉시트: EU를 떠나려는 영국, 영국을 잡으려는 EU

by 도원심평 2020. 3. 28.

이 세상의 진리 혹은 규정들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인종, 문화, 지역, 성별로 특징을 나누는 것은 그에 따라 내릴 수 있는 특징이 분명히 있고 이를 사람들이 수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손가락 표식이 서양 문화권에서는 긍정적인 표현인데 반해, 동양 문화권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욕설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내용을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특정한 기준에 의해 나눌 수도 있습니다.

섬나라도 특유의 문화와 특징이 있습니다. 지금은 운송수단의 발달로 인해서 더이상 고립된 것은 아니지만, 역사적으로 다른 문화권과 차단되어 있던 섬나라들은 그들만의 독자성과 일종의 폐쇄성, 배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동의 의식을 가지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의식을 중시하고, 배를 타고 와야 하는 특성상 대륙국가보다 다른 나라의 침입도 적게 받았습니다. 섬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섬나라 안에서 내부갈등이 크게 없었다면 육군보다는 해군이 발달합니다.

영국이 한때 전 세계를 지배하고 헤게모니를 쥘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은 강력한 해군에 의해서였습니다. 이 해군을 바탕으로 영국은 제국주의의 상징이 되었고, 지금은 독자적인 주권을 가지고 있지만 수많은 영 연방국가를 만들었습니다. 영국이 섬나라가 아니었다면 그런 영광의 시절도 없었을 수 있고, 육군이 더 발달한 나라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영국은 염연히 EU이지만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유럽과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오히려 영국은 유럽보다는 미국과 더 가깝게 지냅니다. 괜히 ‘혈맹’이 아닙니다. 미국과 관련된 일에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유럽과 관련된 일에는 늘 발을 빼고, 연신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유럽보다 미국과 함께 하는 것이 자국에 이익이 된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불거진 브렉시트는 갑자기 튀어나온 이슈가 아닙니다. 2012년 유럽연합이 재정위기를 겪자 영국 내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현 캐머런 총리는 아예 총선 공약으로 브렉시트를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승리를 하면서 더욱 명분을 얻게 되었습니다.

출처: businessinsider

영국의 브렉시트 움직임에 당황한 것은 EU. 과거 그렉시트(그리스의 EU 탈퇴)와 비교를 해 보았을 때 브렉시트가 가져올 EU의 타격은 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렉시트가 EU의 공동체적 끈끈함에 타격을 입혔다면, 브렉시트는 여기에다가 경제적 인구적 타격까지 더해집니다. 그리고 영국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여전히 대단하기에 EU 탈퇴를 원하는 국가들의 연쇄적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EU는 영국의 요구안을 대폭 수용하였습니다.

그 합의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영국과 EU의 합의안

  1. EU 이주민은 이주한 지 4년이 지나야만 복지 혜택을 준다. 7년간 복지 혜택을 중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2. EU 이주민이 본국에 두고 온 자녀에 대한 양육 수단도 삭감한다.
  3. EU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라도 개별국 의회가 거부할 수 있다.
  4. 유로존이 영국의 산업에 침해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린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다.
  5. EU 조약에서 ‘더욱 통합된 공동체’에서 영국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
  6. 영국은 유로화 대신 파운드화를 쓸 수 있도록 계속 보장한다.

이건 뭐 대놓고 영국에 혜택을 주는 합의안입니다. 5:5 혹은 6:4 정도의 균형 잡힌 합의가 아니라 철저히 영국에 몰빵을 한 합의입니다.

영국은 EU에 가입되어 있기는 하였지만 지금도 사실상 독립적인 국가입니다. 파운드화라는 자국의 통화를 사용하고 셍겐조약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EU 가입국이라면 내야 하는 일종의 회비는 납부하고 있지만, 영국만의 독자적인 일들은 다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합의안은 더욱더 영국만 특혜를 주게 되었습니다. 다른 가입국의 반발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영국 안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듯합니다.

합의안이 발표되고 영국 안에서는 이 합의가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하며 캐머런 총리가 약속한 33가지 중에 고작 3가지만 실현됐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탈퇴론자들은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려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EU 가입으로 인해서 부담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혜택이 너무 적다는 불만입니다. 영국은 EU 인구의 13%를, EU 경제의 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는 것에 비해서 혜택은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EU의 첨예한 갈등요인이 되는 이민자에 대해서도 영국은 불만이 많습니다. 2015년 영국 이민자 중 절반 이상이 EU 국가에서 왔는데 ‘회원국’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었고 의료보험 등 공공 서비스 재원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반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민자들도 세금을 내고 있으며 대부분이 젊은 세대이기에 생각만큼 큰 부담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결국, 브렉시트도 경제적 이익에 기인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섬나라 특유의 역사와 생각도 함께 하구요.

출처: ib times

6월 23일. 영국의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가 시행됩니다. ‘브렉시트’를 공약으로 걸었던 캐머런 총리는 이제 국민을 상대로 설득에 들어가야 합니다. 합의안을 도출하였으니 브렉시트를 막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영국 왕실도 브렉시트에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민 투표 질문 유형

  1.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2.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합니까? 아니면 EU를 떠나야 합니까?

1번은 캐머런 총리가 속해 있는 보수당에서 생각하고 있는 질문이고, 2번은 탈퇴론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질문입니다.

과연 영국은 EU를 탈퇴할까요? EU라는 거대한 연합체가 생겨났지만, 그 안에서도 회원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EU는 독일과 프랑스가 이끌어가고 있고, 독일이 늘 앞장서서 EU 탈퇴를 막고 있기에 독일이 참 공동체를 우선시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이 그렇게 하는 것도 결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함입니다. EU 경제권이 형성되어 있어야 독일에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 어떤 회원국보다도 많은 이익을 받는 나라가 독일입니다. 결코 희생정신이나 공동체를 중시하는 성향 등으로 인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죠.

EU에서는 국경이 허물어지고 통화도 유로화로 통일되었지만, 국가별 법률과 문화, 인종, 역사 등의 모든 부분은 다릅니다. 그렇기에 갈등이 필연적입니다. EU가 계속해서 유지되려면 이런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이를 잘 봉합하는 회원국 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정말 잘 맞는 연인이라고 할지라도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는 게 이 세상의 진리. 어찌 EU 회원국 간의 갈등이 없을 수가 있을까요?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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